고객감동과 MOT(Moment of Truth)
고객감동과 MOT(Moment of Truth)
"맙소사!"
스톡홀름의 북쪽에 있는 알란다 공항에서 미국 비즈니스맨 루디 피터슨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암담함을 느꼈다. 이 날 피터슨은 사업상 중요한 일을 위해 스칸디나비아 항공편으로 코펜하겐으로 떠나게 되어 있었다. 일행과 공항에 도착해서야 피터슨은 전날 묵었던 스톡홀름의 호텔에 항공권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피터슨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 못하게 됨으로써 사업에 미칠 손실이 머릿속을 온통 휘저어 놓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애써 모든 것을 단념하려는 순간 바로 앞에 보이는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뜻밖에도 기쁜 대답이 나왔다.
"걱정하시 마십시오, 피터슨씨. 탑승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임시항공권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랜드 호텔의 방 번호와 코펜하겐의 연락처만 가르쳐 주시면 나머지 일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담당자는 당황하고 있는 피터슨에게 밝은 미소를 보내며 말하는 동시에 피터슨을 도와주기 위해 민첩한 행동이 이어졌다. 우선 담당자는 호텔로 전화를 걸어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서 그의 방 책상 위에 있는 항공권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바로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자동차를 호텔에 보내서 항공권을 가져오게 했다. 일사불란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피터슨은 임시항공권으로 여유 있는 탑승 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에서 일행과 차 한 잔을 마시고 있기만 하면 됐다. 담당자의 빠른 조치로 코펜하겐편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항공권이 도착했다.
"피터슨씨, 항공권 여기 있습니다."
얀 칼슨의 '결정적 순간 15초' 중에서 (다산북스, 28p)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최일선의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전 CEO 얀 칼슨의 'MOT'(Moment of Truth : 진실의 순간, 결정적인 순간). 마케팅의 '고전'이 된 얀 칼슨의 책을 오래간만에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직장인 가족 월 1권 이상 책 읽기' 운동을 위한 '독서클럽'의 두번째 독서경영 과정의 주제를 '고객'으로 정하고 좋은 책들로 독서목록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월 1권' 운동의 인프라로 만든 북스MBA의 첫번째 독서과정이었던 '시간관리'에 이어, '고객'도 모든 직장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객중심의 서비스, 고객감동 경영을 이야기하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로 그것이 현장에서 실천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기업을 평가할 때 첨담장비나 연구소, 사무실을 보지 않습니다. 그 기업의 직원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었는지가 평가의 기준입니다. 고객과 만나는 최일선의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곧 그 기업의 수준인 것입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사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한 평균 시간은 1회당 15초. 그 15초의 '결정적인 순간'(MOT)이 그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칼슨은 생각했습니다.
칼슨은 고객중심의 기업이 되려면 최일선의 직원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부서가 만든 규칙이나 규정에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기업을 대표해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고민하는 최일선의 직원들. 그들이 있어야 기업이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입니다.
칼슨은 위의 '피터슨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현장 직원의 고객만족 경영이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성공을 가져온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업무처리 규정'을 들어 탑승시키지 않을 듯합니다. 저도 이 구절을 보며 고객 서비스와 관련해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여유 있게 탑승수속을 마치고 차 한 잔을 마시다가, 스칸디나비아 직원에게 자신이 호텔에 놓고 온 항공권을 건네받은 피터슨씨. 그는 아마 그때 항공권이 아니라 '감동'을 건네받았을 겁니다.